오브 메모리 오브, acornriver, 김승민, 우성현 , 2025
카메라가 포착한 무용수의 손 그림자가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투사되며, 관객은 제3자의 시점에서 무용수를 마주한다. 카메라의 화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길어지고 왜곡되는 그림자의 움직임에 따라 피드백 딜레이 기반의 노이즈 사운드가 생성되고 증폭된다. 그림자의 위치와 각도 변화는 Python과 OSC를 통해 MaxMSP로 전송되어 스테레오 공간에서 움직이는 사운드로 변환되며, 이는 메아리처럼 반복되며 공간에 잔향으로 남는다. 무용수의 미세한 손짓과 노이즈의 극적인 변조 사이에서 관객은 존재의 흔적이 어떻게 기억의 잔상으로 변화하는지를 경험한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되먹임 속에서 움직임이 남기는 보이지 않는 흔적들을 탐색하는 인터랙티브 사운드 퍼포먼스.
[Artist Note]
- "우리는 고통의 볼륨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이 작업은 경희대 작곡과 승민이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참사를, 나는 피드백 노이즈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아픔을 말하고 있었다.
원우리 선생님이 함께 만들어 주신 Max 패처 속 '리미터(Limiter)'가 작동하는 순간, 찢어질 듯한 소음은 비로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되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마음속에 걸어 잠그는 안전장치와 같았다. 손이 떠난 자리, 텅 빈 공간에 그림자와 소리만이 공명할 때, 그 잔상이 당신의 기억 속에도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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